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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p.2 워홀 준비, 원래 혼자 하는거야?

@호주완전정복



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만 나는 참 주변의 인맥이나 정보를 잘 이용(?) 하지 못하는 것 같다.
그렇다고 영악하게 이용해 먹는다는 뜻은 아니다.
지인들에게 정보를 물어본다던가, 또는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을 부탁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.
그때 당시의 나도 그랬다. 혼자서 다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.
형제가 없었던 나였기에 더더욱 그런가 보다 하고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하기 시작했었다.
혼자 인터넷 검색을 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 노트에 빼곡히 적고 한 번 더 훑어보곤 눈을 감고 내가 그 도시에 사는 상상을 했다. 정착할 도시부터 해서 물가, 날씨, 문화 시설 심지어 구글을 이용해 도시의 주변 경치를 찾아보았었다. 심지어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이미지로 찾아보았으니 마음만은 이미 호주에 가 있었다.

나의 새로운 나라 호주에 대해 궁금증과 기대감은 점점 커져갔고, 가기 전에 극도로 흥분된 마음 때문에 심장이 터져버리진 않을까 싶었다. 또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하는 성격 때문에 빨리 호주에 가고 싶어서 하루하루가 타들어 갔다.



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보던 중 유학원에서 호주 워킹홀리데이 설명회를 공짜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
당장에 신청을 하고 당일 설명회에 갔을 때엔 나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. 당시 겨울이어서 다들 두툼한 옷차림이었는데 설명회 하는 룸 안이 꽉 찰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다.
21살 인생 그렇게 대차게, 진지하게 무언가에 집중해 본 적은 없었다.
호주는 굉장히 흥미로웠고 아름다운 도시였으며, 오히려 미국이 아니라 호주가 기회의 땅처럼 느껴졌다.
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조차도 빔 프로젝터에 나오던 사진들을 보며 아마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.
끝난 후 뒤풀이에서 알게 된 사람이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호주에 대해 이야기했다. 하지만 나에겐 그저 먼 은하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.
나는 호주에 사는 아는 친구 하나 없었고 친척도 없었으며, 이전에 가 본 도시도 아니고 돈을 많이 들고 가서 넉넉한 생활을 할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. 옆자리 사람의 말을 듣곤 조금은 우울했으나 이내 곧 뭐 그런가 보다. 하고 웃어넘겼다.


그 후, 설명회에서 들은 정보와 인터넷 검색을 샅샅이 해서 모은 자료들을 나름 정리해 비자 신청 준비를 했다.
또 당시에는 영어 공부를 많이 했고 실력이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비자 신청쯤은 할 수 있지!라는 귀여운 자신감이 충만했다. 다음 카페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는데, 거기서 비자 신청하는 법을 정독하며 혼자서 해 나갔다.


물론 이 모든 과정이 한편으론 완벽히 의심스러웠다. 내가 잘 진행하고 있는 걸까? 이렇게 하는 게 맞겠지?
마치 길치들이 이 길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계속 두 발을 잘못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의 진행 과정을 계속 의심하면서도 막무가내 패기로 진행했었다.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마땅한 사람이 많이 없었고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그런 감정을 더욱 느꼈는지도 모른다.
이런 나의 결정들은 후에 만족 반, 후회 반의 감정들을 안겨주었다.
스스로 해낸 덕분에 미약하나마 자립심을 만들 수 있었고, 또 이후의 결정할 일들에 대해 큰 자신감을 주었다.
하지만 항상 나의 뇌리에 박혀있던 '어딜 가든 혼자다. 혼자 해내어야 한다.'라는 강박감과 외로움은 또 다른 결정들에 있어 큰 실패들을 가져오기도 했다.


며칠 후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이메일을 받았는데 병원에 간다 하면 괜스레 꺼려지는 기분이 들었다.
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나 어릴 때 큰 수술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. 혹여나 이 일 때문에 비자가 승인되지 않으면 어쩌지, 하는 걱정이 앞섰다.
여차저차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스피드로 일을 다 처리한 후 얌전히 앉아서 승인 메일을 기다리기 몇 날 며칠.



무더워지기 시작한 어느 초 여름날, 드디어 승인 메일을 받게 되었다.

You have been granted a working holiday visa.